[항해일지] 스탠딩과 좌석의 밀당

이 항해일지는 사운드나루@서울 2026이 스탠딩 대신 162석 좌석제를 택한 이유를 담는다.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밀도를 선택한 고민의 기록이다. This voyage log explains why Soundnaru@Seoul 2026 chose 162 seats over a standing floor, a decision made to protect immersion in the concert's narrative structure.

무대 콘셉트, 라인업, 신곡 작업까지 큰 줄기가 잡히고 나서도 끝까지 결론을 미룬 문제가 하나 있었다. “관객을 세울 것인가, 앉힐 것인가.”

스탠딩의 유혹

솔직히 말하면 스탠딩 쪽에 마음이 기운 순간도 있었다. 록 넘버가 몰아치는 JIN의 무대, 드라마틱하게 폭발하는 썸원즈 앨리의 ‘GTA’ 같은 곡들 그리고 루드 존과 오카모토 에미까지 그루브 넘치는 곡들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관객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스탠딩 공연이 훨씬 뜨거운 에너지를 만들어낼 것 같았다. 콘서트 열릴 공간인 서교스퀘어가 가변형 무대 구조여서 스탠딩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 역시 너무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무대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이 공연이 단순한 라이브 콘서트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앞선 기획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이 무대를 가상의 ‘항해’로 설정하고,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아티스트가 항해의 기항지마다 이 배에 오른다는 설정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프롤로그와 스테이지 사이사이 ‘안내자’의 내레이션이 들어가고, 곡과 곡 사이의 서사적 연결이 중요한 무대였다.

이런 구조에서 스탠딩은 곤란했다. 관객이 계속 움직이고 소음이 발생하면, 이야기의 흐름과 안내자의 목소리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단발적인 흥분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이지만 하나의 서사로 몰입하며 흐르는 경험이었다.


결국, 162석의 좌석으로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우리는 좌석제로 방향을 정했다. 서교스퀘어의 가변형 구조를 활용해 162석 규모의 좌석을 배치하기로 했다. 스탠딩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열기 대신,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속에 머무를 수 있는 밀도를 선택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쇼케이스 콘서트 초청 신청자들이 너무 많아, 이후 이 162석의 순번을 정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이번 콘서트에 오지 못한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객이 자유롭게 몸을 흔들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순간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좌석이라고 해서 관객이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도 있었다. 오히려 가까운 거리에서, 방해받지 않고 무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그 몰입이 만들어내는 감동은 스탠딩 못지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밀당의 끝에서

결국 이 결정은 ‘분위기’와 ’이야기’ 사이의 밀고 당기기였다. 우리는 이야기 쪽을 선택했다. 7월 17일, 관객들이 자리에 앉아 안내자의 목소리를 따라 여행자의 여정에 함께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이 밀당의 결과가 옳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이 콘텐츠를 읽는 사람은 사운드나루 다큐멘터리에서 그 결과를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

훨씬 큰 공간에서 사운드나루 스테이지가 열린다면, 우리는 스탠딩의 매력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또 다른 ‘서사’를 준비할 생각이다.